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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

말을 꾸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쿠르간 유적이 말하는 북몽골 샤먼의 세계관

by 정직한날 2026. 1. 1.

북몽골 쿠르간 유적은 단순한 무덤의 흔적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말의 장식과 샤먼의 제의 구조가 함께 남겨져 있어, 인간과 동물, 영적인 세계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보여줍니다. 말을 꾸미는 행위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신과 소통하려는 의례적 행위였다면, 그 의미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요?

북몽골 쿠르간 유적에서 말 장식과 샤먼 제의가 이루어지는 장면

말을 꾸민다는 건 믿음을 입히는 일이었다

북몽골 일대에서 발견된 쿠르간 유적은 거대한 돌무지 무덤과 함께 말을 함께 매장한 흔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말들은 단순히 묻힌 것이 아니라, 매우 정교하게 금속 장식, 천, 가죽, 때로는 조개껍질로 꾸며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말의 두개골 주변에는 금속 부속이 부착돼 있었고, 꼬리와 갈기에는 염색된 장식이 사용된 흔적이 확인됩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장식이 아니라, 말이 영적인 통로이자 사후 세계로 향하는 안내자였다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저는 이런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말이 죽은 사람과 함께 묻히는 이유가 단순한 부장품이 아닌,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영적 탈것’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말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말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믿음이 기반에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전통은 몽골 지역을 넘어 알타이, 중앙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었으며, 그 흔적은 지금까지도 유목민 문화 속에 잔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몽골의 일부 부족은 말의 뼈를 수호신처럼 보관하거나, 장례식에 말의 갈기를 태우는 의식을 이어가고 있죠. 오히려 이런 방식이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건 아닐까요?

샤먼과 말, 제의가 하나였던 구조

쿠르간 유적의 무덤 내부에는 단순한 유물 외에도 샤먼의 제의와 관련된 상징적인 물건들이 함께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동물 뼈로 만든 드럼, 거울 형태의 금속판, 특정 문양이 새겨진 조각상, 그리고 천문과 자연 현상을 상징하는 기호들이 주요 피장자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물건들은 단순한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샤먼 제의에 사용되던 도구들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또한 샤먼의 무덤 근처에 같은 방향으로 말들이 배열되어 매장된 사례도 존재합니다. 말과 샤먼이 함께 묻힌 이 구조는, 말이 샤먼의 의식을 물리적으로 수행하거나 영혼의 이동 수단으로 여겨졌음을 상징합니다.

마치 무대에서 배우와 조명이 하나로 움직이는 것처럼, 제의와 동물, 사람은 이 시대에서 하나의 의례적 유기체였습니다. 이런 해석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샤먼이 말을 탔다는 것이 아니라, 샤먼의 역할이 ‘인간과 하늘을 연결하는 자’였다면, 말은 그 연결을 돕는 생명의 다리로 여겨졌을지도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관념이 단절되지 않고 전통으로 계승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몽골과 투바 지역의 일부 샤먼은 여전히 제의 전 의식으로 말에게 제물을 바치거나, 샤먼 복장에 말의 갈기나 말발굽 모양의 장식을 사용하는 풍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유물은 사라져도 정신은 남는다

고대 유물은 시간이 지나면 부서지거나 매장되지만, 그 유물에 담긴 정신은 구조와 상징으로 전해집니다. 쿠르간 유적의 말 장식과 샤먼 유물은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실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죽음을 다루는 방식’과 ‘삶을 보내는 태도’입니다. 죽은 자의 무덤에 의미 있는 물건을 함께 묻는 행위는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마무리에 대한 인류의 공통된 태도입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군가를 보내는 방식에도, 이런 감정과 상징이 여전히 살아 있는 건 아닐까?” 현대의 장례식에서도 우리는 고인을 상징하는 물건을 함께 넣거나, 관 위에 의미 있는 꽃을 올립니다.

그런 사소한 행동 속에도 여전히 삶과 죽음을 연결하려는 인간의 감각과 정서가 존재합니다. 쿠르간 무덤은 단지 샤먼과 말이 함께 묻힌 장소가 아닙니다. 그곳은 신화, 기억, 상징, 예술, 감정이 하나로 녹아든 공간입니다. 지금도 그 초원을 걷는 유목민의 발밑에서, 그들은 여전히 말의 장식과 샤먼의 흔적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결론: 죽은 자의 말, 산 자의 믿음

북몽골 쿠르간 유적은 말과 샤먼, 그리고 죽음을 향한 고대인의 시선을 한 공간에 담고 있습니다. 말은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영혼의 안내자, 샤먼은 의례의 주체이자 하늘과 소통하는 존재였습니다. 무덤은 죽은 자를 묻기 위한 곳이 아니라, 삶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세계관의 문지방이었습니다. 이런 유산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꾸준히 전해졌고, 오늘날에도 우리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쿠르간의 흙 위에 쌓인 돌무더기 아래, 인간은 언제나 믿음과 자연을 함께 묻어왔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