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오리(Māori) 민족은 폴리네시아계 원주민으로, 약 1000년 전 뉴질랜드에 도착해 오늘날까지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 종교를 보존해온 민족이다. 이들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남태평양의 섬들을 항해해 남섬과 북섬에 정착했으며, 그 뿌리는 라파누이(이스터 섬), 타히티, 쿡 제도와 같은 전통적인 폴리네시아 문화권에 닿아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정착하면서 마오리는 완전히 새로운 자연 환경과 마주했고, 이에 맞는 독특한 사회 구조와 신화 체계를 발전시켰다. 이 글에서는 마오리의 기원, 부족 중심 사회 구조, 그리고 종교 및 신화 체계를 중심으로 이들의 문명을 살펴본다.
와카를 타고 온 사람들 – 마오리의 항해와 정착
마오리의 기원은 폴리네시아의 호쿠레아(Hōkūleʻa) 항로로 알려진 대항해 전통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별자리, 바람, 바닷물 흐름을 이용한 전통 항법을 통해 대양을 건넜고, 여러 세대에 걸쳐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에 정착했다. 이들의 전설에 따르면 마오리는 '하와이키(Hawaiki)'라는 조상의 땅에서 출발했다고 믿는다. 하와이키는 실제 지리적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오리 정체성과 신화를 관통하는 상징적 개념이기도 하다.
마오리의 초기 정착은 해안과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은 자신들이 도착한 ‘와카’(대형 카누)의 이름을 중심으로 부족 공동체를 형성했다. 와카는 단순한 교통 수단을 넘어 정체성의 기원이었고, 현재까지도 각 부족(iwi)은 자신들의 와카를 통해 조상을 계승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천연 자원이 풍부한 뉴질랜드의 환경에 맞게 어로와 수렵, 원예 농업을 결합한 생활 방식을 발전시켰다.
마오리는 독립적이고 방어적인 마을 공동체인 ‘파(Pā)’를 중심으로 사회를 구성했다. 언덕 위에 흙 성벽과 나무 방어 시설을 설치해 외부 침입에 대비했고, 파 내부에는 곡물 저장고, 공동 주거지, 조상 숭배 사당이 함께 존재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방어체계를 넘어, 마오리의 공동체 정신과 종교적 중심축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혈연과 명예, 부족 중심 사회 구조
마오리 사회의 핵심은 혈연과 부족 단위에 기반을 둔 사회 구조다. 가장 큰 단위는 ‘이위(iwi, 부족)’이며, 그 안에 하위 집단인 ‘하푸(hapū, 씨족)’와 ‘휘누아(whānau, 가족 단위)’가 존재한다. 각각의 집단은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혈통을 공유하며, 이 조상을 숭배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마오리 사회에서는 계보를 명확히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 계보는 역사적 권리, 토지 소유, 정치적 영향력과 직결된다.
지도자는 대개 혈통과 용맹성, 카리스마에 따라 선출되며, ‘랑기라(Ariki)’는 부족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다. 하지만 마오리 사회는 수직적인 위계보다는 상호 협력과 책임의식에 기초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지도자는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이끌 책임이 있으며, 구성원 역시 공동체 유지에 기여해야 한다.
마오리 사회에는 '마나(mana)'와 '타푸(tapu)'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마나는 개인이나 부족이 지닌 명예, 권위, 영적 힘을 의미하며, 타푸는 신성하거나 금기된 것을 뜻한다. 이 두 개념은 마오리의 모든 사회 행위와 규범, 종교적 의식에 깊이 관여한다. 예를 들어, 특정 산이나 강은 타푸로 여겨져 무단 접근이 금지되고, 전사나 지도자는 마나를 지키기 위해 용감한 행동을 해야 했다. 이러한 가치 체계는 법률이나 강제력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화와 정신적 질서에 의해 유지되었다.
신화와 자연의 융합 – 마오리의 세계관
마오리 문화의 중심에는 풍부한 신화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우주는 ‘랑기(Rangi, 하늘의 아버지)’와 ‘파파(Papa, 땅의 어머니)’의 이별로 시작되며, 그 자식들이 바람, 바다, 숲, 전쟁을 관장하는 신으로 세상을 구성했다고 여긴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창조 설화가 아니라,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하려는 마오리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바다의 신 ‘탕가로아(Tangaroa)’는 어업과 항해의 수호신이며, 사냥 전에는 ‘타네 마후타(Tāne Mahuta, 숲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이러한 신들과의 관계는 일상생활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신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또한 마오리 문화에서는 조상 영혼과의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사망자는 공동묘지인 ‘우루파(urupā)’에 매장되며, 이 장소는 공동체 전체가 신성하게 여기는 영역이다. 조상의 유산은 혈통만이 아니라, 이야기와 예술을 통해 계승된다. 하카(Haka) 전통 무용이나 문신 ‘모코(Moko)’ 역시 조상과의 연결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전통은 단순한 민속 요소가 아니라, 마오리 정체성과 역사의 실질적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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