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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

모래 사이로 물을 이끌고 초록을 꿈꾸던 마르기아나 사람들

by 정직한날 2025. 12. 20.

사막의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수로를 만들고 농경지를 일구는 마르기아나 사람들

지금의 투르크메니스탄 남부에 해당하는 마르기아나(Margiana) 지역은, 한눈에 보면 끝없는 사막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건조한 땅 한가운데, 기원전 2천 년경부터 사람들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농업을 일구었습니다. 수로를 만들고 강을 유도하며, 메마른 땅에 생명을 불어넣은 이들의 방식은 단순한 농사 기술을 넘어선 생태적 지혜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르기아나 문명이 어떻게 물 없는 땅에서 식량을 길러냈고,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어떤 삶의 질서를 만들었는지 살펴봅니다.

물이 없는 곳에 물을 부른 기술

마르기아나는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여름은 길고 뜨거웠고, 겨울은 사막 바람이 매서웠습니다. 강줄기는 멀리 있었고, 비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기원전 2000년경, 마르기아나 사람들은 콥트다그 산맥에서 흐르는 간헐천과 지하수를 최대한 활용해 정교한 관개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단순히 우물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물을 나누고 이끌어내는 하나의 체계를 만든 것입니다.

이들은 ‘카라콤 운하’로 대표되는 초기 수로를 통해 농경지를 구성하고, 특정 시기에만 흐르는 계절성 수원을 조절해 가뭄을 대비했습니다. 특히 흙벽으로 만든 둑과 작은 저수지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기술로, 적은 물을 오래 저장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이 귀했던 이 땅에서, 물을 어디에 어떻게 분배할지 아는 능력은 곧 권력이었고,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좌우하는 일이었습니다. 마르기아나의 오아시스는 자연이 아니라 사람의 의지와 지식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었습니다.

흙과 바람 사이에 뿌리를 내린 삶

물이 도착하자 땅이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밀과 보리가 자라기 시작했고, 이어서 포도와 석류, 대추야자 같은 과일나무도 심어졌습니다. 특히 마르기아나는 중앙아시아에서 포도 재배가 시작된 초기 지역 중 하나로, 그 품종과 재배 방식은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고원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초록빛이 감도는 밭과 과수원은 사막 한가운데의 신기루 같은 풍경이었고, 오아시스 농업은 단순한 생계가 아니라 문화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마르기아나 사람들은 토양을 고르는 데에도 섬세했습니다. 흙이 너무 거칠면 가축을 먼저 풀어 땅을 부드럽게 만들었고, 바람이 많은 날엔 잔가지나 덤불을 쌓아 바람막이를 세웠습니다. 이 작은 기술들이 모여 사막이라는 환경을 바꾸고, 사람과 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적 틀을 만들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는 농기구와 곡물 저장 항아리뿐 아니라, 곡물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 흔적도 발견됩니다. 이는 농업이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신과 연결된 신성한 행위로 여겨졌음을 보여줍니다.

생존을 위한 농업이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살고자 하는 마음’ 이상의 것이 있었습니다. 마르기아나는 사막에서 자연을 극복하려는 고된 투쟁이 아니라, 환경과 타협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 문명의 흔적이었습니다.

사막과 생명을 이어주던 중심지

마르기아나의 오아시스 도시들은 단순한 농업 중심지가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실크로드 초기 경로의 일부이자, 남쪽의 인더스 문명과 북쪽 초원 유목 세계를 잇는 교차로였습니다. 물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였고, 사람이 모인 곳에는 길이 생겼습니다. 오아시스는 단지 정착의 조건이 아니라, 교역과 이동, 문화 교류의 거점이 되었습니다.

곤우르 데페(Gonur Depe) 유적은 마르기아나 문명의 대표적 도시로, 주변에 여러 개의 작은 수로와 농경지가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도자기, 보석, 동물 뼈는 마르기아나가 단순한 농촌이 아니라, 신앙과 상업, 정치가 함께 엮인 도시 중심지였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곳의 중앙 건축물은 종교적 기능을 가진 신전 혹은 제의 장소로 추정되며, 물과 농업이 단지 생존의 조건이 아닌, 신성과 통치력의 상징으로 작동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합니다.

이처럼 마르기아나의 오아시스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류가 만든 공간이었습니다. 사막이라는 불모의 환경에서 물을 찾아내고, 땅을 길들이고, 사람을 불러모아 문명을 만든 과정은, 지금 우리가 마주한 기후 위기 속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생존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는 사실을 마르기아나는 조용히 알려줍니다.

마르기아나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만들어진 기적 같은 문명이었습니다. 그들은 강을 옮기고 땅을 바꾸고, 시간을 들여 생명을 키워냈습니다. 오아시스 농업은 단순한 생존 방식이 아니라, 생태와 사회, 신앙이 연결된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이들은 사막에서 도망치지 않았고, 거기에 뿌리내리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현대의 우리는 이 오래된 지혜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환경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려는 태도 없이는 문명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교훈, 그것이 마르기아나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