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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

나무로 바다를 만들고 강을 기억하며 더 먼 세상을 상상한 항해자들

by 정직한날 2025. 12. 20.

고대 일리리아 부족이 아드리아 해 연안에서 나무를 깎아 배를 만들고 있습니다.

유럽 남동부의 아드리아 해 연안, 지금의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 일대에는 고대 일리리아(Illyria) 부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수천 년 전부터 내륙의 산지를 넘고, 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철기 이전 시기부터 바다와 강을 넘나들기 위해 배를 만들고 항로를 개척했던 일리리아인들의 선사 항해 기술입니다. 이 글에서는 문자 기록조차 남기기 이전의 시대, 일리리아 부족이 어떤 방식으로 물을 이해하고, 배를 만들고, 바다를 읽었는지 살펴봅니다.

나무에서 바다를 본 사람들

일리리아인의 선사 항해는 목재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알프스 남쪽, 디나르 알프스와 아드리아 해 사이에 펼쳐진 산악지대는 풍부한 침엽수림과 강줄기를 품고 있었고, 이는 초기 일리리아 부족이 선박을 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이들은 나무를 단순한 재료로 보지 않았습니다. 바다는 낯선 것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었습니다. 일리리아인들은 사냥과 이주를 통해 다양한 지형을 경험하면서, 강을 건너고 호수를 건널 필요에 직면했고,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배의 발달로 이어졌습니다.

초기의 선박은 단순한 외벌선, 즉 나무통을 파내어 만든 카누 형태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복수의 통나무를 묶거나, 동물 가죽과 목재 프레임을 결합한 구조도 등장합니다. 특히 아드리아 해의 잔잔하면서도 변화무쌍한 해류는, 일리리아인들에게 방향 감각과 균형 감각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선박의 안정성과 구조에 대한 지식도 발전했습니다. 도구는 거칠었지만, 감각은 정밀했습니다. 바람과 파도를 읽는 능력은 경험에서 나왔고, 별과 해의 위치로 방향을 가늠하는 방식도 일리리아 항해 전통의 일환이었습니다.

물의 길을 기억한 사람들

일리리아인의 항해는 단순히 바다 위를 떠도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물은 길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생활 구조에 깊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내부 산악 지대에서 생산되는 금속 자원, 특히 구리와 철을 해안 도시로 운반하기 위해, 이들은 하천과 강을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그 과정에서 물길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었습니다. 강이 어디로 흐르고, 어느 지점에서 수심이 얕아지는지, 어디에 암초가 숨어 있는지, 일리리아의 항해자들은 몸으로 기억했습니다.

특히 그들의 항해는 계절적 흐름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봄과 가을의 바람은 이동과 교역에 유리한 시기를 제공했고, 그들은 이 주기를 바탕으로 항로를 계획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점차 부족 간의 교류로 확대되어, 오늘날의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해안선 전체로 퍼져나갑니다. 초기에는 내부 부족 간의 물자 교환을 위해 시작된 항해였지만, 이후에는 에게 해와 이탈리아 반도와의 접점에서도 일리리아의 배가 관찰되었다는 고고학적 증거도 있습니다.

배를 타는 일은 단지 수단이 아니라, 그들 삶의 일부였습니다.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일, 돛을 엮고 균형을 맞추는 일, 항해 중에 생존을 위한 식량을 준비하는 일까지 모두 공동체의 협업을 요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리리아인들은 항해라는 기술을 넘어서, 물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바다 너머를 상상했던 부족

일리리아 항해 기술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단지 기술만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바다 너머’를 상상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선사 시대의 많은 집단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나, 일리리아인은 점차 바다를 넘어 새로운 교역처와 접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일리리아 도기는 이탈리아 남부 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며, 이는 항해를 통한 이동이 단순한 근거리 왕복이 아니라, 목적지와 목적을 가진 이동이었다는 증거로 해석됩니다.

이와 같은 교류는 단순한 물자 이동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상호작용을 일으켰습니다. 일리리아 항해 기술은 고대 그리스와 이탈리아 지역의 해상 문화와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으며, 일부 학자들은 이들 기술이 후속 고대 도시 문명의 해양 능력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남긴 기술이 단순한 도구적 유산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리리아인은 바다를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닌, ‘세계를 확장하는 공간’으로 보았습니다. 나무배에 몸을 싣고, 별을 보며 방향을 정하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아갔던 이들의 여정은, 기술이 곧 세계관이었던 시대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일리리아인의 선사 항해 기술은 물리적 유물로는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과 바다를 따라 움직였던 그들의 흔적은 도기, 도구, 항로, 지명 속에 여전히 스며 있습니다. 항해는 일리리아 부족에게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자연과 함께 움직이며, 서로를 연결하고,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그들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물 위에서 자신들만의 문명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나무를 깎아 만든 배는 그들에게 집이자 길이었고, 바다는 닫힌 공간이 아닌 열려 있는 문이었습니다. 그 문을 두드린 사람들, 그들이 바로 일리리아의 항해자였습니다.